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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05:27

PS1 (5) : 게임을 하다가...

살다보면 온갖 종류의 황당한 사건들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문화관광부가 밀어붙인 로마자 표기법 개정안 덕분에 누군가의 이름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비속어로 전락하거나, 국민학생 이름을 달고 살던 시절에 입장료가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가서 안전 장치가 허접한 놀이기구를 타던 도중 비명횡사 할 뻔했던 기억,  -  덕분에 영화 '데스티네이션 3'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더군요.  고마워요 어린이 대공원.  -  그리고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드림캐스트를 어디서 다운로드할 수 있냐'는 내용의 천진난만한 문의메일을 받고 고민하던 끝에 루리웹에 가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주는 사례가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게이머들도 사람인지라 결코 예외는 아니지요.  오늘은 제가 플레이스테이션1 빠돌이로 지내던 1999년의 일을 잠깐 이야기할까 합니다.




PS1 (5) : 게임을 하면서 겪은 황당한 일들




바이오 해저드2는 찬조출연입니다.

※ 디노 크라이시스 1 (DC) // 메탈기어 솔리드 (PS1) // 바이오 해저드 2 (PS1, 찬조출연)


플레이스테이션1에 빠져 살던 1999년은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하필이면 검찰이 용산전자상가를 습격한 날 게임을 사러 갔다가, 단속을 피하느라 출입구 셔터를 내려버린 모 게임샵 안에서 용산 사람들과 함께 1시간 가량 갇혀 있었던 일과  -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렸을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가 떠올랐습니다  -  바이오 해저드2를 S랭크로 클리어하겠다고 결심한 다음, 세이브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다가 엔딩을 코앞에 두고 집이 갑자기 정전되는 바람에 「어둠 속에 나홀로 (Alone in the Dark)」발광하던 일 등등...  게이머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게임에 대한 추억은 이런식으로 하나둘씩 쌓여갑니다.  때로는 공권력과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의 방해공작을 받아가면서 말이죠.  제게는 '디노 크라이시스'와 '메탈기어 솔리드'에 대한 남다른 추억이 있습니다.  그러면 디노 크라이시스부터 보실까요.



1. 디노 크라이시스 1 (DINO CRISIS® 1, 1999 / ⓒ CAPCOM)



디노 크라이시스 1탄

※ 가운데 빨간머리 여성이 플레이어의 분신인 동시에 주인공인 레지나 (REGINA)이며, 왼쪽에서 폼잡고 있는 남자가 릭 (RICK) / 오른쪽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친구가 게일 (GAIL)입니다.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를 탄생시킨 장본인, 미카미 신지氏 (三上真司, みかみ しんじ)가 제작 / 감독을 맡았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작품이었죠.  플레이스테이션1으로 발매된 1편의 장르명은 '패닉 호러 (パニックホラー) / 2편은 '어드벤쳐 액션 (アドベンチャ-アクショ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장르가 바뀌면서 공룡 대량 학살극으로 변신한 속편보다 첫 작품인 1편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게임 역시 바이오 1편처럼 쓰리썸 플레이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조합을 자랑하는군요. (☆ 레지던트 지골로 참조)  가만, 그럼 커크 박사와 게일이 모두 생존한 베스트 엔딩의 경우 포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아잉 캡콤은 변태~~  ⓒ CAPCOM CO., LTD. 1999, 2000 ALL RIGHTS RESERVED.



★ 플레이스테이션 1 (PS1)으로 나온 캡콤의 호러 게임 시리즈 (1996 ~ 2004)

01. 바이오 해저드 1 (バイオ ハザード 1, SLPS-00222)  :  1996년 3월 22일  
02. 바이오 해저드 1 디렉터스 컷 (ディレクターズカット)  :  1997년 9월 25일
03. 바이오 해저드 2 (バイオハザード2, SLPS-01222)  :  1998년 1월 29일
04. 바이오 해저드 1 디렉터스 컷 듀얼쇼크 버전 (デュアルショック Ver.)  :  1998년 8월 6일
05. 바이오 해저드 2 듀얼쇼크 버전  :  1998년 8월 6일  (※ 4번과 같은 날 동시 발매)
06. 디노 크라이시스 1 (ディノ・クライシス 1, SLPS-02180)  :  1999년 7월 1일
07. 바이오 해저드 3 라스트 이스케이프 (LAST ESCAPE, SLPS-02300)  :  1999년 9월 22일  
08. 바이오 해저드 건 서바이버 (ガンサバイバー)  :  2000년 1월 27일, 건슈팅 게임
09. 디노 크라이시스 2 (ディノ・クライシス 2, SLPM-86627)  :  2000년 9월 13일
10. 바이오 해저드 건 서바이버 '카프코레'판 (**カプコレ - 염가판, 2800엔)  :  2001년 3월 22일
11. 바이오 해저드 3 라스트 이스케이프 '카프코레'판 (4800엔)  :  2003년 1월 23일
12. 디노 크라이시스 5주년 기념 1・2편 합본팩 (5th Anniversary, CPCS-00701)  :  2004년 7월 1일

** 새턴판 '바이오 해저드' 1편은 1997년 7월 25일 발매
** 드캐판 '바이오 해저드 2 : 밸류 플러스 (코드 베로니카 체험판 동봉)' 는 1999년 12월 22일 발매
** 드캐판 '디노 크라이시스 1'은 2000년 9월 6일 발매
** 드캐판 '바이오 해저드 3'는 2000년 11월 16일 발매

** '디노 크라이시스 3'는 엑스박스 전용 타이틀 (2003.06.26 / ONLY ON XBOX)
** '디노 크라이시스 3'는 1년후 일본에서 「엑스박스 플래티넘 컬렉션 (2004.09.02)」으로 재발매.


** 카프코레 (CAPCOM COLLECTION / カプコレ)

'캡콤 컬렉션'의 합성어로, PS1 / PS2 / PSP로 나온 염가판 캡콤 게임 브랜드를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세가의 '도리코레'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이 브랜드는 2001년 1월 25일에 처음으로 출시되었으며, 첫번째 카프코레 타이틀은 플레이스테이션1 버전 '죠죠의 기묘한 모험 (ジョジョの奇妙な冒険 カプコレ)'입니다.


** 엑스박스 플래티넘 컬렉션 (XBOX PLATINUM COLLECTION / XBOX プラチナコレクション)

발매당시 인기가 있었던 엑스박스 게임 타이틀을 싼 가격으로 다시 내놓는 일종의 할인판 시리즈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더 베스트! (Playstation the BEST!)' / 세가의 '도리코레 (드림캐스트 컬렉션)'와 '사타코레 (새턴 컬렉션)' / 캡콤의 '카프코레'와 동일한 개념의 저가형 보급판 타이틀을 가리킵니다.  일본 MS는 테크모의 DOA3 / DOAU / DOAX를 제외한 모든 플래티넘 타이틀을 균일가 2800엔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 일본내 소비세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며, DOA 시리즈 플래티넘 버전은 모두 3800엔입니다.)  


한때 캡콤의 인기 타이틀 라인업을 장식했던 디노 크라이시스는 시리즈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XBOX용 디노 크라이시스 3편이 「최악의 화면 시점을 보여주는 게임 (The Worst Camera Ever)」이라는 혹평을 들으며 일본과 미국 양쪽에서 격침당한 이후, 전세계 판매량이 81만장에 그침으로써 이제는 더이상 속편이 나오기 힘든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IGN 리뷰점수는 6점 / 게임스팟은 5.4점을 매겼습니다.  양쪽 모두 10점 만점 기준)  1999년에 처음 나왔던 PS1용 1편이 전세계 판매량 240만장을 기록했을뿐만 아니라, 바이오 해저드의 플레이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소프트였음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실패했다고 봐도 좋을만한 결과지요.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오늘 다룰 작품이 3편이 아니라 디노 크라이시스 1편 (이하 '디노'로 표기)이라는 겁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 할 디노만의 게임 시스템을 잠시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 디노 토막 상식 (1)  -  DDK란?



DDK란 무엇인가?


캡콤이 만든 어드벤쳐 게임답게 디노에도 플레이어를 귀찮게 만드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DDK 시스템입니다.  DDK는 디노의 공간적 배경인 「차세대 에너지 개발 연구소」 곳곳에 설치된 보안장치라는게 제작사의 공식 설명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게이머들의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노가다 강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해당 DDK 타입에 맞는 2장의 디스크를 찾아야 하고, 디스크를 모두 찾은 후에는 암호를 입력하는 3단계 과정을 요구하니까요.  덤으로 여기에 캡콤식 어드벤쳐 게임들의 전매특허, '동선(動線)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묘한 구조의 게임속 건물들'이 가세하면 플레이 타임은 자연히 늘어나게 되어있습니다.  돌다 보면 30분 / 찾다 보면 30분 / 겨우 건물들 내부 사정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엥?  여기가 아닌개벼.  다른 곳으로 가라는데?  자, 다시 원위치~~" 식 강제 이벤트씬 등장....  캡콤이 선사하는 게임 속 퍼즐과 노가다 선물 공세에 질려버린 사람으로서, 만에 하나 그들이 아파트 보조키 / 디지털 도어 락 사업, 또는 예비군 훈련장 식당 설계 분야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저는 절대로 놀라지 않을겁니다.  



연구소 곳곳에 굴러다니는 DDK


L)  연구시설에서 중요한 구역에 한해 설치되어 있다는 DDK 보안장치 해제 디스크가 왜 관리실 철제 캐비닛 위를 굴러다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게임 진행하는데 꼭 필요한 물건인 관계로 보는 족족 챙겨줘야 합니다.  암호 / 입력 디스크가 따로 구분되어 있고, 그 2장을 모두 모아야만 한다는 점에 주의하십시오.


R) 같은 타입의 DDK 디스크 2장을 모두 입수했습니다.

-  DDK 입력 디스크 H  (DDK 入力ディスク H)
-  DDK 암호 디스크 H  (DDK 暗号ディスク H)

DDK 디스크는 'H'나 'N'처럼 독자적인 형식이 따로 존재합니다.  형식이 다른 디스크를 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항상 디스크 형식을 나타내는 알파벳이 동일한 디스크끼리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경우에는 'H' 형식의 디스크 2장을 획득했으므로, 이제는 H 디스크를 필요로 하는 문을 찾아야합니다.  



★ 디노 토막 상식 (2)  -  DDK 암호를 푸는 방법



DDK 암호 해제 문서가 있는 곳


짝이 맞는 DDK 디스크 2장을 모두 모았다고 해서 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단계로 '암호 입력'이 남았으니까요.  게임 초반부에 플레이어가 최초로 마주치게 되는 DDK 장치는 연구소 중앙 홀에 있는 DDK 형식 N 과 건물 2층에 있는 연구소장실 출입문의 DDK 형식 H 이며, 순서로 따질 경우 연구소장실 DDK부터 풀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DDK 암호 해독에 대해 설명한 문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겠죠.  이 문서는 연구소장실 바깥쪽 통로에 따로 떨어져 있는 「통신 안테나실」에 놓여있습니다.  참고로 위의 스크린샷에서 레지나가 입고 있는 호피 무늬 복장은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등장하는 4번째 코스츔입니다.  

※ 이 글을 쓰느라 오랜만에 디노를 다시 플레이해봤는데, 9년전에 했던 것처럼 게임 엔딩을 볼 엄두가 나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액션 리플레이 코드의 힘을 빌려서 추가 복장을 뽑았습니다.  액플 만세.



'소거법'이라고 쓴 한자가 키워드입니다.


관련 문서를 살펴보면 「소거법 (消去法)」이라는 한자가 하늘색으로 강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DDK 암호를 푸는 핵심입니다.  마침 예시도 있으니 그대로 따라해보겠습니다.

CODE  :  OXPYEZN
KEY  :  XYZ

OXPYEZN - XYZ = O X P Y E Z N = OPEN  (PASSWORD)


그러니까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코드 알파벳 - 키 알파벳 = 패스워드」.  만약 암호디스크의 코드 알파벳이 DTRWIOCMABS / 키 알파벳이 TWOMB 라고 가정하면, DTRWIOCMABS 에서 T, W, O, M, B 를 제외한 결과물이 암호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DDK 입력 디스크의 패스워드는 DRICAS입니다.  다른 캡콤 게임에 나오는 퍼즐과 비교했을때 쉽다는 감탄이 절로 터져나올만큼 단순한 암호 체계, 그것이 디노의 소거법입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건 바로 제가 일본어 까막눈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게임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문서와 마주치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버튼을 연타해서 텍스트를 최대한 빨리 넘기는게 고작이었죠.  한자요?  앞뒤 문맥을 파악할 수도 없는 마당에 봐서 뭐하겠습니까.  솔직히 그 당시에는 가나 사이에 섞여있는 한자들도 일본어처럼 보였는걸요.  결국 저는 위에 나와있는 영어 알파벳 만으로 소거법 관련 문서의 내용을 추측할 수 밖에 없었는데, 불행히도 이는 실제 의미와 180도 다른 해석을 낳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응?  문서 끝의 영어단어가 OPEN?  

아하, 그 열리지 않는 방문 암호가 OPEN 이라 이거지?  별거 아니구먼.」


이게 제가 9년전에 저 텍스트를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영어 알파벳에 주목한 것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기쁜 마음이 앞서서 순간적으로 머릿속 사고(思考)를 정지시킨게 화근이었죠.  게임할 때 머리 쓰는걸 무척 싫어하는 제 평소 습관에 치명타를 날린 「디노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이게 다 바이오 때문이다



바이오해저드 2 듀얼쇼크 버전

※ 캡콤 게임에 나오는 건축물 중 가장 어이없는 구조를 자랑하는 건물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바이오 2편의 라쿤시티 경찰서를 선택하겠습니다.  1편의 연구소도 난감하긴 매일반이지만, 저 경찰서는 진짜 답이 없습니다.  1층 로비에서 2층으로 직접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비상용 사다리 하나 뿐이란 사실을 알았을때 그 황당함이란...  최단거리 개념 자체가 없는 동선 설계 / 출입문 크기보다 훨씬 커다란 가구들과 통신기기가 널려 있는 사무실 / 난데없이 무너지는 마룻바닥 (부실공사) 등, 미스테리와 좀비들로 가득한 혈세낭비의 현장.


제가 저런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리게 된 데에는 98년도부터 푹 빠져 지냈던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의 영향이 컸습니다.  바이오 시리즈를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퍼즐들의 해답은 대부분 특정 문서에 영어 알파벳 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있거나, 조각상 같은 물체를 움직여서 들어갈 수 없는 방의 열쇠를 얻는 식으로 해결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요.  물론 제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전자입니다.  위의 스크린샷은 '바이오 해저드 2'를 클레어편부터 시작했을때의 화면으로,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민원인 대기용 의자 위에 문서가 1장 놓여있습니다.  이 문서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다른건 됐고 번호만 보시면 됩니다.


1998. 8. 23

● 서내에 배치되어 있던 비품의 이동에 대해 보고합니다.

『 4자리 숫자 키가 달려있는 금고 』

      2층에 있던 S.T.A.R.S 사무실에서
      1층 동쪽 사무실로 이동

      No. 「  2 2 3 6 」

                                                    라쿤 경찰서 **연락과


** 만약 우리나라 기준이었다면 연락과가 아니라 '경무과' 였겠군요.


지금 보신 것처럼, 디노보다 먼저 나왔던 바이오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퀴즈에 대한 답을 게이머가 자신만의 추리를 통해 스스로 알아내도록 만드는 방법 대신, 다른 곳에 숨겨놓은 해답을 찾아서 퍼즐에 대입시키는 쪽으로 유도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디노의 소거법 마냥 '이럴때는 이렇게 한다' 식의 예만 제시한 다음 플레이어가 상황에 맞춰 단서를 응용하도록 요구하기도 하지만, 게임 초반부터 대놓고 난이도가 있는 퍼즐을 들이밀진 않는다는거죠.  경찰서 전체 지도와 유탄발사기용 유탄이 들어있는 금고의 4자리 숫자 암호를 친절히 알려주는 위의 문서가 좋은 예입니다.  늘 이런 식의 해답 찾기에 길들여져 있던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어마저 몰랐으니 소거법 설명 문서를 시험 답안지로 착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요.  어찌됐건 간에 저때만 해도 전 OPEN이 답일거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이게 다 바이오 때문입니다.  



★ 난 퍼즐이 싫어요  (퀴즈 포함)



문제의 소장실 앞에 도착한 레지나

※ 방문을 잠그면서 암호를 OPEN 으로 정하는 사람은 분명 대범한 사람일겁니다.  아니면 바보거나.


더군다나 디노를 제작한 사람이 바이오 시리즈로 유명한 미카미 신지였다는 점은 「OPEN을 입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제 믿음에 확신을 보태줬습니다.  동일한 사람이 만든 작품이니, 암호체계도 다르지 않을거라고 멋대로 단정지은겁니다.  모든 게임 플레이를 감에만 의존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오판이었지요.  



미션 : 코드명 OPEN을 입력하라!

※ HBCEFAGDI - BCFGI = H B C E F A G D I = HEAD (PASSWORD)


H 타입의 DDK 디스크 2장을 문 옆의 삽입 장치에 끼우고 나면 뜨는 암호 입력 화면입니다.  이 화면에 나온 코드 알파벳에서 키 알파벳을 빼면 패스워드는 HEAD (헤드)가 되지만, 소거법이 뭔지도 모르는 제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습니다.  진짜 암호와는 거리가 먼 OPEN을 입력했으니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슬슬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어?  왜 안 먹히지?  이럴리가 없는데?"  1번, 2번, 3번...  반복해서 같은 단어를 입력해봤으나 여전히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제가 느끼고 있던 불안감은 서서히 배신감으로 변해갔습니다.  짜증을 참다 못한 저는 끝내 듀얼쇼크를 집어던지고 방에 드러누워버렸죠.  사람도 아닌 게임에 농락당한 기분이라는 건, 정말 더럽거든요.  마땅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잠시 후, 화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아무 죄도 없는 듀얼쇼크가 방바닥에 뻗은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게임하면서 머리 쓰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저였지만 이번만큼은 그 금기를 깰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데요.  제가 디노를 처음 플레이하기 시작했던 날은 일본 쪽 발매일로부터 딱 이틀이 지난 99년 7월 3일이라서, 우리나라 게임 잡지의 공략이 나오려면 최소 1개월은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한달씩 기다리는건 제 취향과는 거리가 먼 일인데다,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같은 법 조항도 없으니, 망설일 이유는 없었죠.  "그래, 그냥 머리 쓰자.  내가 졌다 캡콤.  치사한 자식들 같으니."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괜히 싫어하는게 아닙니다.  플레이 하는 도중에 줄곧 머리를 쓰게 만드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들은 인류의 적입니다 적.  아니, 머리 식히려고 게임기 패드나 컴퓨터 마우스 잡은 사람한테 반대로 머리를 쓰게 만들다니, 이 무슨 파렴치한 심보랍니까.  



★ 찍어서 맞은게 뭐 어때서?  정답만 맞추면 되는거지.



정답을 맞추는 순간

※ 가만 보면 저 연구시설 소장님도 참 불쌍합니다.  자기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이 난리를 떨어야 하니..


그러고보니 통신 안테나실에서 읽었던 문서에 나와 있는 알파벳과, 소장실 문 앞에서 목격한 알파벳이 서로 다르다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이게 결정적인 단서였죠.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소거법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과, 추리 과정이 오류로 넘쳐난다는 것만 제외하면, OPEN이 답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했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큰 수확이었습니다.  "좋았어.  아까 있었던 일은 싹 잊어버리자.  어쨌든 오픈은 답이 아니라 이거지?  내 방식대로 답을 알아내주마.  기다려라 캡콤."  불과 몇분 전까지 게임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을 내던 저는 어느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성격이 단순한 사람들만의 특권이랄까요?


** 강군의 망상 진행 과정  (사정상 10단계로 축소했습니다)

01. 일단 OPEN 은 답이 아니다.
02. 답이 아닌 이유  :  문서 속 알파벳과 암호 입력 화면의 알파벳이 서로 다르다.
03. 입력할 수 있는 알파벳의 수는 최대 4개. (OPEN을 반복해서 입력하다 알게 된 사실. OTL)
04. 주목해야 할 점은 이 DDK의 타입이 H 라는 점.
05. 통신 안테나실 문서에서는 O로 시작한 암호의 해답이 OPEN 이었으므로,
06. 어쩌면 암호는 H로 시작하는 영어 단어일지도 모른다.
07. 게다가 이 DDK 암호가 걸린 문은 연구시설 소장실 출입문.
08. 보통 군사용어로 본부 / 사령부를 헤드쿼터 (Headquarters)라고들 하던데...
09. 특히 연구소의 소장이라면 그 연구소의 대빵이자 넘버원, 시쳇말로 대가리 (HEAD) 급.
10. 다시 말해 우두머리 (?? HEAD) 레벨의 사람이 쓰는 방.


→ H로 시작하는 4글자의 영어 알파벳, 고로 답은 헤드 (HEAD)다!!!!!!


아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HEAD를 입력한 다음 문이 열리는 모습을 확인하던 그 순간, 저는 기쁨에 들떠서 가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사이트에 자주 들어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특이하다 싶은 대상이나 사건을 보게 되면 꼭 남들에게도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저는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즉시 연락을 취했죠.  「야!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동네 게임마트로 나와.  내가 죽이는거 보여줄께!  니들 이거 보면 아마 놀래서 다 뒤집어질걸?   진짜냐구?  당연하지!  그저께 나왔던 디노 크라이시스 이야기거덩.  음하하하하하~~~  그게 뭐가 죽이는거냐구?  아 글쎄 보면 안다니까 그러네.  핑계는 집어치우고 어여 나와서 뒤집어지기나 하세요.  오케이?」



★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 이 녀석은 바보다.

※ 제 설명을 들은 당시 주위 사람들의 반응.  일단 뒤집어지긴 하더군요.


예.  북미판 게임에 대한 고집은 이제 그만 피우고 정식으로 일본어 공부하라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그놈의 소거법 세글자 덕택에 한문을 의무교육과정으로 배웠던 세대가 맞냐는 질문도 받았고, 이젠 찍을 게 없어서 게임까지 찍고 앉아있느냐는 핀잔도 들었으며, 차라리 PC통신 동호회 사람들한테 먼저 물어봤으면 금방 해결되었을 일을 가지고 뭐하러 그 고생을 했냐면서 안타까운 눈길로 진지하게 조언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9년 전에 헛소리나 다름없는 제 무용담(?)을 싫증 한 번 내지않고 전부 들어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헤드쿼터와 소장실 사이의 연관성 때문에 벌어진 논쟁도 전부 포함해서 말이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은근히 사소한 부분에 목숨을 거는 경향이 있다니까요.        



좌절은 계속된다.


(마스터) 치프가 있는 곳이니 헤드쿼터 맞네요 뭐.  =3=

죄송합니다.  앞으로 자중하겠습니다.



2. 메탈기어 솔리드 1 (METAL GEAR SOLID® 1, 1998 / ⓒ KONAMI)



1998년 MGS1 잡지 광고 1

1998년 MGS 잡지 광고 2

※  1998년 10월, 일본 게임 잡지에 실렸던 PS1용 '메탈 기어 솔리드' 1편 전면 광고



★ 플레이스테이션 1 (PS1)으로 나온 코나미의 메탈기어 시리즈 (1998 ~ 2003)

01. 메탈기어 솔리드 (メタルギアソリッド, SLPM-86111)  :  1998년 9월 3일 발매
02. 메탈기어 솔리드 인테그랄 (インテグラル, SLPM-86247)  :  1999년 6월 24일 발매
03. 메탈기어 솔리드 '코나미 더 베스트'판 (コナミ・ザ・ベスト, 2800엔)  :  2000년 4월 27일 발매
04. 메탈기어 솔리드 PS one Books (피에스 원 북스, 1800엔)  :  2002년 1월 24일 발매
05. 메탈기어 솔리드 인테그랄 PS one Books  :  2003년 11월 6일 발매


** 코나미 더 베스트 (KONAMI THE BEST / コナミ・ザ・ベスト)

도리코레 / 카프코레와 동일한 개념으로, 코나미가 제작한 PS1 / PS2 / PSP / GBA / NDS 게임들 중에서 인기작들을 골라 염가판으로 다시 발매할때 사용하는 브랜드 이름입니다.  단,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플래티넘 시리즈를 관리하는 XBOX / XBOX360 게임의 경우에는 '엑스박스 플래티넘 컬렉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 예 : 럼블로즈 더블엑스 - XBOX360),  닌텐도 거치형 게임기로는 나온 적이 없습니다.


** 피에스 원 북스 (PS one Books / ピーエスワンブックス)

PS one

※ 2000년 7월 7일 일본 SCE가 발매한 소형 플레이스테이션, PS one

소니의 PSone 발매를 기념하여,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기존의 책 (도서)과 같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를 지닌 플레이스테이션 1용 염가판 소프트 시리즈를 가리킵니다.  이름 뒤에 따라오는 '북스'라는 단어를 보고 혹시 부록으로 게임 공략집이 포함되어 있는게 아니냐고 질문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몰라서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Books는 브랜드 컨셉을 강조하기 위해 소니가 마음대로 붙인 단어일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일본내 소비세 5%를 포함시키더라도 2000엔을 넘지 않는 (1800엔 + 소비세 90엔 = 정가 1890엔) 할인판 패키지라서 일반 CD 케이스가 아닌 슬림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소프트 뒷표지도 제거해버린 원가절감형 가격파괴 시리즈의 결정체입니다.  DVD에 비유하자면 제가 가지고 있는 「북미쪽 코드 1번 사쿠라대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컴플리트 컬렉션」과 맞먹는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본편에 대한 이야기는 블림캐스트 특집 게시물에서 다룰 예정이라 이번 글에서는 간단하게 PS1으로 나왔던 관련 소프트 발매일 정보만 적어봤습니다.  아, 한가지는 말씀드릴 필요가 있겠네요.  '메탈기어 솔리드 인테그랄'은 본편에 미니게임으로 포함되어 있던 VR 트레이닝 모드를 별도의 디스크에 수록한 확장판 개념의 제품입니다.  게임 자체는 변함이 없는 대신, 일본어 / 영어 음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VR 트레이닝 모드 전용 디스크가 1장 추가되었다는게 기존 제품과의 차이점입니다.  위의 디노 사건을 다 읽으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메탈기어에 얽힌 추억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라서 기대는 하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그럼 스크롤 횟수가 더 늘어나기 전에 빨리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 이왕 플레이스테이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PS1 기동화면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1 기동화면.  왼쪽 화면에서 멈출 경우 픽업렌즈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본 사이트의 구글 애널리틱스 키워드 검색 결과를 보면 가끔씩 '드림캐스트 초기화면' 이나 '플레이스테이션 초기화면' 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일부러 캡쳐해 본 플스 1 기동화면입니다.  이 화면을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소니 빠돌이로 지내던 9년 전의 일들이 떠올라서 그런지 그 느낌은 더욱 각별합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드림캐스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니, 이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죠.  



★ 북미판 MGS 1편이라서 이번엔 영어로 나옵니다.



메릴과의 첫 대면


우리의 주인공 스네이크가 보는 앞에서 갑자기 숨을 거둔 DARPA 국장 (Chief) 도날드 앤더슨, 그리고 만나자마자 대뜸 "당신이 치프를 죽였지?  이 개자식아! (So you killed the chief.  You bastard...!)"라고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는 정체불명의 군인.  메탈기어 솔리드 1편 (이하 '메탈기어')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네이크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친구는 메릴 (Meryl)입니다.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치프란 단어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군요.  디노의 연구시설 치프는 레지나가 보는 앞에서 사망하고, 메탈기어의 치프는 스네이크 앞에서 저 세상으로 가고...  비디오게임 속에 등장하는 치프들은 하나같이 주인공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몹쓸 운명을 타고 났나 봅니다.  



첫번째 보스전을 앞두고...
※ 주의 : 미션 실패로 컨티뉴를 하게 될 경우, 나중에 플레이어의 랭크가 하락합니다.


메릴이 도망친 이후 게임을 계속 진행하게 되면 두번째 희생자인 암스테크 (ArmsTech)社 사장, 케네스 베이커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분은 C4 폭탄으로 도배가 된 기둥에 묶여있지요.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직감한 스네이크가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옵니다.



리볼버 오셀롯을 쓰러뜨리면 문제의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총을 쏜게 누구신가 했더니..  PS2로 나온 MGS 3편 (스네이크 이터)에서 개그 캐릭터로 변신한 리볼버 오셀롯씨 아니십니까.  6연발 권총 덕후에 고문 전문가.  그렇지만 제가 이야기하려는 내용과는 별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라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진짜 중요한 사진은 오른쪽에 있는 대령과 스네이크의 코덱 (Codec) 통신 대화 장면이니까요.  이 게임의 첫 보스전 상대인 리볼버 오셀롯을 물리치고 나면 저 통신 화면이 뜨는데,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대령  :  The DARPA Chief and President Baker... So now the terrorists know both detonation codes...
스네이크  :  Yeah. They both died right in front of my eyes.

대령  :  DARPA 국장과 베이커 사장이...  그럼 지금쯤 테러범들은 미사일 발사 암호 2개를 다 알고 있겠군.
스네이크  :  그렇소.  게다가 두사람 모두 바로 내 앞에서 죽었단 말이오.

대령  :  Snake, the only way to stop a nuclear launch is to either use the detonation code release keys that Meryl's holding, or...  Or find the Metal Gear chief engineer that President Baker mentioned...  Hal Emmerich.

대령  :  스네이크, 핵미사일 발사를 막을 유일한 길은 메릴이 가지고 있는 암호 해제용 키를 쓰거나, 아니면... 아니면 베이커 사장이 언급했던 메탈기어 수석 개발자, 할 에머리히 박사를 찾거나, 둘 중 하나일세.


이 대화가 끝나면 다음 화면이 등장합니다.



CD 케이스 뒷면을 보게나.


대령  :  어쨌든 코덱으로 메릴과 연락을 취해야하네.  

응?  메릴의 주파수?  CD 케이스 뒷면에 적혀있지 않던가?


그래서 CD 케이스를 뒤집어봤습니다.



★ OH MY GOD.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 케이스 뒷면에 주파수가 나와 있긴 합니다.  표지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직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메탈기어 북미판 디스크는 정품이 아니라 용산에서 장당 5천원을 주고 구입한 복사 CD 라서, 성능이 떨어지는 잉크젯 프린터로 대충 출력한 케이스 표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메릴의 주파수를 저 표지를 통해 알아낸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암호를 CD 케이스 뒷표지에 숨겨놓은 메탈기어 감독 코지마 히데오 (小島秀夫, こじま ひでお)의 센스에 감탄할 여유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케이스를 뒤집었던 바로 그 때, 눈앞이 온통 하얗게 변했으니까요.  오 마이 갓!!!  지저스 크라이스트!!!  OTL



★ 옛날 옛적 대한민국에 복돌이 한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정품 VS 복사


그런데 이 복돌이는 메탈기어라는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충격을 받고 쓰러졌어요.  왜냐하면 자기가 가진 게임 CD 케이스 뒷면에 써 있는 숫자를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다시 정신을 차린 복돌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문제의 숫자에 대해 물어보고 다녔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어요.  이미 메탈기어를 해 본 사람들은 불행히도 그 숫자를 기억하지 못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쇠주먹 3탄'이라는 주먹질 게임을 미치도록 좋아한 나머지 메탈기어를 플레이 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복돌이는 징그러울 정도로 끈질겼어요.  얼마 후, 복돌이는 온라인에서 메탈기어 정품을 판매한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만원짜리 지폐 여러장이 오고 간 끝에 진짜 메탈기어를 손에 넣었지요.  이로써 우리 주인공 복돌이는 그날로 개과천선하여 새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서울 시내 한 구석탱이 동네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답니다.  

...............



아마 이 주파수 평생 못 잊을겁니다.


오늘의 교훈  :  140.15



여러분은 게임하시다가 황당한 일을 겪으신 적이 있습니까?



2008년 5월 21일

Dricas.Net 운영자 강군




** 덧붙여서)

글을 마치면서



** Dricas.Net 의 관련 게시물 링크

- PS1 (2) : '레지던트 지골로'를 아십니까?  (어른들만 보세요)

- PS1 (3) : 메탈기어 솔리드 1 북미 지역 TV 광고

- 2003. 10. 19  :  밤벌레의 추억  (쾌색분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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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2008-05-21 22:51
싫어하는 사람은 무지 싫어하는 바이오해저드 풍 이동조작 방식. 저는 그래서 메탈기어솔리드가 무지 좋았어요 ㅠㅠ
송택인
2008-05-21 23:20
방호님의 근성플레이에 감탄했습니다 *o* 바이오 해저드2를 처음 잡았을 때 저 경찰서 1층에서 게임 접을 뻔한 기억이 떠오르네요;(바이오시리즈와는 참으로 악연으로 이어져있습니다ojL)
강방호
2008-05-22 00:36
백승훈님 // 확실히 플스판 메탈기어1의 캐릭터 이동 방식에 익숙해지시면 바이오는 플레이하시기 힘들죠. 직관성 측면에서 보면 메탈기어 쪽 캐릭터 조작이 훨씬 상위 레벨입니다. 저도 그래서 메탈기어를 좋아했구요. ^^ 하지만 바이오는 배경이 2D라서 그렇게 안하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캡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
강방호
2008-05-22 00:43
송택인님 // 사실 근성이란 단어를 붙여주기는 민망한 플레이였습니다. 열받아서 오기만 잔뜩 부린 플레이가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ㅠ_ㅠ 경찰서 1층에서 게임을 접으실 뻔 하셨다는 말씀은... 역시 천장에서 뚝 떨어지는 리카인가요? 가만, 이제는 그 혓바닥 촉수 괴물 이름이 리카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들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세월이 흘러버렸네요. 괜히 서글퍼집니다. OTL
이세노
2008-05-22 22:29
디노크라이시스가 3편도 나왔었군요.;; 저도 1,2편 다 해봤지만 1편의 분위기가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솔직히 1편은 왔다리갔다리 상당히 지겨웠던터라 재미 자체는 2편쪽이 높았지만요. 게임플레이 중의 황당한 일(특히 말씀하신 것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중 기억에 남는 것은 FC용 파이널판타지3군요. 초딩4학년때 일어도 모르고 물어물어 마지막까지 진행한 데이터.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플레이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등장한 누나친구가 굳이 FF3를 하겠다고해서(액션게임도 있는데 왜 하필 이걸?!) 시켜줬더니만 5분만에 버로우타고 전원은 끄지도 않은채, 냅다! 팩을! 뽑아버리더군요!!! ...말할 것도 없이 데이터는 저 세상으로 떠났습지요. 그 때 정말 울었습니다.;; 요즘은 웬간해선 잘 안 생기는 일지만 FC 배터리 백업이 상당히 취약했었죠. SFC용 젤다도 공략도 없이 거의 마지막까지 했는데 어느날 게임기에 셋팅을 하니 게임실행이 안 됩니다. 다시 뺐다가 끼니...데이터는 원래 없었다는 듯한 모습이... 그 이후로 젤다는 손도 안 댔습니다.^^;;
강방호
2008-05-23 01:47
디노 크라이시스 3편이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3편 이야기를 살짝 언급한건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공룡학살극으로 변한 2편이 재미있긴 해도, 긴장감이 1편 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왔다리 갔다리는 정말 지겨웠죠. 그리고 그 누님 친구분도 참 대단하시군요.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팩을 뽑으신걸 보면 게임에 문외한이신 것 같으면서도, 굳이 파판3를 고르신거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고.. 혹시 운명이 아니었을까요 그건? OTL 제가 비록 패미콤 / 슈퍼패미콤을 즐긴 적은 없지만, 배터리 백업 문제는 다른 분들로부터 한 맺힌 경험담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익숙합니다. 제가 그때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다는게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젤다 세이브 데이터는 제가 다 안타깝습니다.;;;
최준희
2008-05-24 22:08
글 도입부를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 이달초 예비군 훈련을 가서 방탄헬멧과 탄띠를 지급받는데 방탄헬멧 번호가 C8 이더군요.......-_- 그래서 그날 하루 종일 그 하고많은 알파벳과 번호중에 씨X이 뭐야 X팔이... 하면서 온종일 투덜댔던 기억이 납니다;;
강방호
2008-05-24 23:51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 완전히 영어로만 읽는다면 꽤 웃기는 헬멧도 여러개 있습니다. A4 / B5 / C4 등등.. 그래도 문광부가 제게 안겨준 굴욕보다는 약한 편이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양키들이 쳐다보면서 실실대는 GBH 보다는 낫습니다. OTL
최연호
2008-05-25 22:57
정말 적응 안 되는 바이오해저드 이동방식... 아직까지 거의 손도 못 대고 있는 큐브판 제로랑 리버스를 생각하면... / 최준희님.. 전 처음으로 구매한 로또... 맞은 번호는 18 하나... 그 뒤론 로또 손도 안 대고 있습니다. / BGM이게 하얀거탑에 나오는 음악 맞나요? 드라마는 본 적 없고 라디오를 듣다보면 하얀거탑 흉내낼 때 이 음악이 나와서 그렇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말씀하신 성함문제는 그냥 K로 계속 써도 상관없지 않나요? 기존에 써 오던 것은 인정한다고 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안 그러면 park나 그 외 성들도 골치아파서 걔네들 그러기로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방호
2008-05-26 00:38
PS1 버전 바이오1의 느낌을 기대하고 플레이해봤던 큐브판 리버스, 처음엔 진짜 난감했습니다. 간혹 좁은 복도에서 180도 돌변하는 카메라 워크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지요. (큐브 컨트롤러의 십자키에 대한 이야기는 자유게시판에서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BGM은 원래 아케이드판 게임 「펌프 잇 업」에 나오는 음악이었습니다. 하얀거탑은 제가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 마지막으로 로마자 표기법 문제는... 기본적으로 '강서구'나 '구로구' 같은 지명의 경우에는 이미 K에서 G로 전부 교체가 끝난 상황이지만, 사람 이름은 연호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결국 자기가 쓰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개정안이 도로교통법이나 형법처럼 거의 무조건적인 강제성을 띠고 있었다면, 전 1인 시위를 하는 처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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