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2 04:40
N64 (1) : 배틀탱크, 법정에 가다. (미국 TV 광고)
사이트 운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써보는 N64 관련 게시물입니다. 앞으로 몇개나 더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많게 잡더라도 4~5개를 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일단 가지고 있는 N64 소프트가 소량에 불과한데다 -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日) // Conker's Bad Fur Day // HEY YOU! PIKACHU (피카츄 겐키데츄 북미버전) // 그 외 북미버전 알팩(!) 10개 남짓 - '피카츄 겐키데츄'와 '콩커스 배드 퍼 데이'를 플레이 할 목적으로 구입한 콘솔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긴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왕 카테고리를 만들었으니 쓸 수 있는 글은 써주는 것이 그에 대한 도리겠죠. PS1 게시물이 그랬던 것처럼, N64 역시 광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N64 (1) : 배틀탱크, 법정에 가다 (미국 TV 광고)
이 글은 미국 3DO社가 자사 게임기였던 3DO (쓰리디오 // 1994년 당시 국내 발매명 '얼라이브', 수입사는 현재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를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제작사로 전향한 이후, 1998년 ~ 1999년 사이에 출시한 닌텐도64용 탱크 액션 게임인 '배틀탱크 (BATTLETANX)'와 '배틀탱크 : 글로벌 어썰트 (BATTLETANX : GLOBAL ASSAULT)'의 미국 TV 광고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이 게임광고가 한 화제를 몰고 다녔기 때문에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배틀탱크 광고에는 1980년대 말, 우리나라 TV에도 얼굴을 내민 적이 있는 곰 인형이 하나 등장하는데, 이 인형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보신 유튜브 영상은 유니레버社 (Unilever)의 섬유 유연제인 '스너글 (Snuggle Fabric Dryer Softener)' TV 광고입니다. 마이클 잭슨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던 1983년, 이 광고가 TV 전파를 타면서 유니레버는 저 곰인형 하나로 미국 섬유 유연제 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합니다. 우리 실정에 맞게 비유하자면, 북미판 '피죤'인 셈입니다. 지금부터 이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잠시 설명하겠습니다.
주로 제품의 기능과 효과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던 당시 미국의 다른 섬유 유연제 광고들과는 다르게, 스너글은 '이성 보다는 감성'을 노린 광고입니다. 21세기인 지금이야 감성 마케팅이 중요하네 어떻네 주절주절 늘어놓는게 일상사가 되었습니다만, 이 광고가 나왔던 시기를 감안하면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고 봐야겠지요. 광고를 보신 분들은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이 광고에 가장 먼저 함락된 대상은 원래 목표인 일반 가정주부들이 아니라 그들의 자녀, 즉 '아이들'이었습니다. 광고를 본 후 '스너글 베어'에 푹 빠진 아이들이 부모를 향해 '나도 저 인형(스너글) 사줘'를 합창하기 시작하면서 제품 홍보가 이중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겁니다. 첫번째는 지금 보신 TV 광고, 두번째는 스너글 인형에 넋이 나간 아이들이 부모를 조르는 소리... 이렇게 2채널 스테레오 환경에서 스너글 광고에 시달리던 주부들은 좋든 싫든 제품 이름을 기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TV는 전원을 끄면 그만이지만, 애들을 끌 수는 없는 노릇. 차라리 재운다면 모를까요.
 ※ 유니레버는 1년 매출액이 50억달러 (우리돈 약 5조원)를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으로, 전세계 88개 나라에서 400개에 달하는 가정용 제품을 런칭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회사입니다. 식품 분야의 「크노르 (Knorr)」, 아이스티로 유명한 「립톤 (Lipton)」, 비누의 대명사 「도브 (Dove)」, 슈퍼리치 샴푸로 유명한 「럭스 (LUX)」, 역시 비슷한 미용제품 상표인 「썬실크 (SUNSILK)」, 화장품 전문 브랜드 「폰즈 (POND'S)」, 우리나라에서는 치약으로 많이 알려진 「클로즈업 (Closeup)」, 제가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요즘은 이상한 의미로 정착된 느낌이 강한 「바세린 (Vaseline)」등, 이 브랜드들이 모두 유니레버 계열입니다.
특히 광고 속 스너글 베어의 '친근한 이미지'는 월마트에 들린 주부들이 유니레버 제품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도록 만드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따지고보면 화공약품에 불과한 섬유 유연제가, 소비자들에게 이토록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제품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스너글 베어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귀여움'이라는 감성적 언어가 브랜드 인지도로 연결된 이후부터, '스너글 = 곰인형' 으로 시작된 소비자들의 인식은 마침내 유니레버가 목표로 하고 있던 '스너글 = 섬유 유연제'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너글'의 성공을 거론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스너글 베어를 디자인한 '커미트 러브 (Kermit Love)'입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마스코트를 만들어낸 그의 공로는 단연 건국공신감이라 할 수 있겠죠. 올해로 91세 - 1916년생입니다 - 인 러브氏가 '테디베어'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스너글 베어를 창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새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을 만들면서 쌓았던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왼쪽 사진에 등장하는 노란색 '빅 버드 (Big Bird)' 인형을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일흔살을 바라보던 나이에 스너글 베어로 다시 한 번 세상을 강타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합니다.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에서 시작된 스너글 열풍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도 상륙합니다. 1985년도부터 유니레버와 기술제휴를 하고 새로운 '섬유 유연제'를 생산했던 「(주)애경 (AEKYUNG)」의 '포미' TV 광고가 그 주인공으로, 현지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미국 스너글 광고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현재 20대 중후반 이상에 속하시는 분들은 저 광고를 기억하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먹고 살기 바쁜 우리나라에서는 만국 공통언어인 '귀여움'이 파고 들 자리가 없었던 탓에 포미는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 죄송합니다. 지금 이야기는 웃자고 한 소리였고, 포미가 실패한 진짜 원인은 1978년부터 30년 가까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피죤'의 벽이 너무나도 두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주)애경이 1993년을 기해 유니레버와 결별하고 섬유 린스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포미는 7년간의 한국 이민생활(?)을 끝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미국에서는 피죤 마냥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제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제품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스너글. 참고로 링크 하나 걸어봅니다.
** 미국 유니레버의 스너글 제품 소개 페이지 링크 (클릭하세요)
쓰다 보니 글머리가 가분수 형태로 커져버렸네요. 막상 광고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말도 많지 않은 편인데... 일단 스너글 베어 이야기는 이걸로 끝내고 다음 페이지부터 본론인 '배틀탱크' 광고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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