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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6 개의 글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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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7 09:29
SS (4) : 게임 (GAME) - 이노 켄지의 자서전
전 어렸을때부터 독후감 (=감상문) 같은 숙제를 싫어했습니다. 200자 원고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 무슨 말을 써야할 지 도통 감을 잡을수가 없었거든요. 황순원씨의 단편 소설 '소나기'를 예로 들자면,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여자 아이의 유언을 보고 감동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전 공포심을 느꼈습니다. 자신을 마음에 둔 상태에서 죽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죽은 후에도 널 끝까지 지켜볼테니 개울 건널때 등 뒤를 조심해라 소년.) 이런걸 남들이 보기에도 그럴듯한 감상문으로 포장한다는 건 고역이었죠. 역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임 (GAME) : 이노 켄지의 자서전

- 글쓴이 : 이노 켄지 (飯野賢治)
- 옮긴이 : 정윤아
- 출판사 : 뜨인돌
- 출간일 : 2000년 4월 20일
- ISBN : 89-86183-40-4
- 가격 : 8,500원
- 현재는 절판되었습니다.
이노 켄지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5년 중반쯤의 일이었습니다. 이발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집어든 일간 스포츠를 읽던 도중, 그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된 것이 계기였지요. 당시 기사는 「그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게임 'D의 식탁'을 만들었으며, 얼마전에는 팬들의 성황속에 게임 음악 콘서트를 마쳤고,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차기작 '에너미 제로'를 제작중이다」라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는데, 전 이 때 게임과 담을 쌓고 살던 터라 그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스모 선수인가 보다. 그러니까 스포츠 신문에 나왔겠지' 이런 식으로 넘겨 짚는게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군대에 있던 1998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로로 세가 새턴과 '에너미 제로'를 접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95년도에 있었던 일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긴 힘들것 같습니다.
'일간 스포츠 사건(?)'으로부터 5년이 흐른 2000년 중반의 어느 날, 전 사전을 한권 사려고 동네 서점에 들렸다가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책을 살 때는 늘 광화문 교보문고를 향하던 제가 그 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동네 서점을 향한걸 보면 이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당시만 해도 동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게임 관련 서적은 게임 잡지나 공략집 말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희소성(?)을 가진 책은 사주는게 예의다'는 엄한 생각이 들어 책을 덜컥 사버렸습니다. 예전 닌텐도 사장이었던 야마우치 히로시 만큼의 독설가는 아니더라도, 이슈 메이커라 할 만한 사람이 쓴 책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실려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충동구매를 한거죠.
** 이노 켄지는 세가 새턴판 '에너미 제로' 관련 인터뷰를 하던 중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宮本さんは所詮2Dまでの人。3Dはもうダメかな // 미야모토씨는 어차피 2D 게임 (평면, 2차원 게임) 시대의 사람입니다. (그가) 3D 게임까지 만든다는건 무리가 아닐까요.」 여기에서 '미야모토씨'는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 '젤다의 전설'을 만든 닌텐도의 살아있는 전설, 미야모토 시게루 (宮本茂)를 가리킵니다. 자신감이 지나쳐서 그런건지, 아니면 에너미 제로의 홍보를 염두에 두고 고의적으로 (혹은 도발성 발언?)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파장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의 다른 발언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일본 위키피디아의 이노 켄지 페이지를 참고하시길. (링크)
 ※ 이 책은 1997년 7월 1일, 일본 고단샤 (강담사,講談社)에서 출간했던 「ゲーム Super 27 Years Life」가 원본입니다. 따라서 책에 실린 내용 또한 1997년 기준으로 되어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이노 켄지가 천재 소리를 들었던건 사실이었고, 에너미 제로로 승승장구 하던 시기라 책 뒤표지에 실린 설명이 현재 그가 처한 상황보다는 훨씬 좋은 쪽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정식 출판이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벌어진 현실과의 격차라고 보시면 될겁니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처음 나왔던 2000년 4월은 드림캐스트용 'D의 식탁 2 (Dの食卓2, 1999.12.23 일본발매 // 이하 'D2' 로 표기)'가 일본 시장에 등장한지 벌써 4달이 넘은 시기였습니다.
1997년 일본에서 처음 나왔던 원본에는 'Super 27 Years Life' 라는 부제가 달려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게임'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 바람에 책 앞표지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직장생활 게임의 법칙」,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투자는 게임이다」와 같은 처세술 관련 서적이나 지침서 제목을 정할 때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부제를 빼면서 국내 출판사 측도 이 점을 걱정했는지, 위의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책 뒤표지에 지은이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저 설명마저 없었다면 앞표지의 이노 켄지 사진이 풍기는 분위기로 인해 공포 소설로 착각하기 딱 좋은 표지 디자인입니다. (일본 원서도 기본 표지 디자인은 동일합니다. 대신 사진이 다르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이 글 제목처럼 '게임'은 1997년, 이노 켄지가 27살이 되던 해에 나온 자서전입니다. 일본에서 그는 나름대로 유명인사였기에 자서전 출판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정식 출판되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사건이었습니다. 비디오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쁘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에서, 게임 잡지사가 아닌 중견 출판사를 통해, 일반인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일본 게임 제작자의 자서전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거든요. 일본쪽 판매량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책에 실려있는 내용 중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만한 몇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 책 표지의 왼쪽 책날개 부분에는 1997년을 끝으로 멈춰버린 이노 켄지의 간단한 이력이 나와 있습니다. 참고로 1999년에 발매된 드림캐스트용 'D2'의 판매량은 약 13만 4천장. DC 생산 중지 발표 이후 나온 '소닉 어드벤쳐 2'의 판매량 약 11만장에 비하면 많이 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그에게 성공을 안겨준 전작들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처절하기 짝이 없는 수준입니다. (판매량 출처 : '드림캐스트는 세계 최고!' , 2001년 9월 발행) 게임 제작비를 '아낌없이 써대는' 그의 극단적인 성향을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13만 4천장이라는 수치는 곧 실패를 의미했습니다.
1. 「우주생물 프로폰군 (宇宙生物フロポン君) : 3DO용 소프트, 1994」
제작비 부족으로 3DO용 'D의 식탁' 제작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이노 켄지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가형 미니게임을 몇가지 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퍼즐게임인 '우주생물 프로폰군' 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을 출품했던**① 완구 전시회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컴파일社 ('뿌요뿌요' 제작사. 2003년 11월 파산) 사장 **② 니이타니 마사미츠(仁井谷正充)가 워프(WARP) 부스를 방문하여 이 게임을 한참 쳐다보다 별 다른 말 없이 자리를 뜬 겁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당시 파나소닉 게임 홍보 담당자는 이노 켄지에게 「뿌요뿌요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이 게임에 대해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르니 '프로폰군'의 판매를 중단하겠다. 컴파일 사장에게서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지 않는 이상 판매는 재개할 수 없다」는 폭탄선언을 해버렸고, 그는 니이타니 사장을 직접 만나 자신의 사정을 설명합니다.
'프로폰군과 뿌요뿌요는 다른 게임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니이타니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안심한 이노 켄지는 파나소닉에 판매재개를 요청했지만, '구두 약속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문서 (각서)가 필요하다'는 담당자의 말에 「남자끼리의 약속에 문서가 필요하다는게 말이 되냐. 이럴거면 다 집어치우자」고 대판 화를 냅니다. 그가 난동을 부린 덕분에 판매는 재개되었으나, 끝내 분을 풀지 못한 이노 켄지는 제품 설명서의 홍보 담당자 이름 옆에 '융통성 없는 행동'을 상징하는 무당벌레를 그려 넣는 것으로 화풀이를 대신했고, 이걸로는 부족했는지 다음 작품인 'D의 식탁' 판매계약을 파나소닉이 아닌 산요(SANYO)와 체결함으로써 자신의 복수극 2부작(?)을 완성합니다. 이 사람, 1970년생이면서 사고방식은 은근히 그 이전 세대들을 닮은 구석이 있네요. 그런데 자기 회사까지 운영하는 사람이 문서의 중요성을 저렇게 무시해도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 ① 책에는 간단히 '완구 전시회'라고 나왔습니다만, 아마도 소학관 (小学館)이 매년 주최하는 '차세대 월드 하비 페어 (次世代ワールドホビーフェア)'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화 / 완구회사 뿐만 아니라 닌텐도나 코나미 등 게임회사들도 많이 참가하는 행사입니다.
** ② 이노 켄지는 니이타니 사장을 「나와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긴, 두 사람 참 많이 닮았습니다. 일단 둘 다 '기인' 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이 사장으로 있으면서 히트작을 냈던 회사가 지금은 사라졌다는 사실까지 말이죠. (컴파일은 파산 // 워프→슈퍼워프→프롬 옐로우 투 오렌지社로 사명 변경) 비꼬는 차원에서 한 말은 아닙니다만, 참 얄궂은 공통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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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원
2007-07-08 01:40 |
3번의 내용은 게임문화사의 "게임왕국 일본을 건설한 거인들"에서 본적이 있는데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D의 식탁2 본전치기는 몇만장이었을까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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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호
2007-07-08 16:34 |
확실히 '난' 사람입니다. 경영 수완은 떨어질지 몰라도, 게임 제작자로서의 능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D2를 건슈팅 RPG로 만드는 바람에 명성이 퇴색하긴 했지만요. 당시 워프의 규모를 감안했을때, D2를 13만 4천장 정도 팔았으면 사실 본전치기는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D2의 타격이 컸다면, 슈퍼워프를 설립하기도 어려웠겠죠. 에너미 제로 60만장 판매기록의 덕을 2000년이 될때까지 보고 있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13만 4천장은 일본내에서의 추정판매량입니다. 북미지역 판매량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며, 유럽에는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유럽에는 DC가 아니라 매킨토시용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확인된 정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노 켄지가 워낙 Mac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실제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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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근
2007-07-18 11:22 |
이노 켄지의 작품은 아직 한번도 접해볼 기회가 없었군요. 기회가 된다면 접해보고는 싶은데 왠지 손이 가지 않습니다. 호러엔 약하거든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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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호
2007-07-18 19:34 |
끊임없는 단련을 통해 '호러의 강자'로 거듭나시는 겁니다. 특히 에너미 제로는 정말 강력 추천작입니다. 영화 '에일리언1'과 다를게 거의 없는 구성이지만, 이노 켄지가 직접 만들어냈다고 하는 '보이지 않는 에일리언의 접근시 경고음'이 어두운 창고를 배경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하면 진짜 패닉이 시작됩니다. 게임하다가 비명을 지르면서 방을 뛰쳐나간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ㅠ_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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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택인
2007-07-21 00:17 |
(국민학교 때 강제로 썼던 일기는 제외하고) 고등학교 때 부터 군대가기 전까지 약 4년 정도 매일 일기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가끔씩 일기장을 펼쳐보는데, 끝까지는 못읽겠더군요. 읽다보면 얼굴이 화끈해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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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호
2007-07-22 01:25 |
그 재미로 옛날에 자신이 썼던 일기를 다시 펼쳐보는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학창시절에 썼던 글이나 낙서, 혹은 타 사이트나 커뮤니티에 작성한 예전 게시물들을 보고 있으면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확실히 '젊은(!) 혈기'에 쓴 글일수록, 나이가 든 이후 다시 읽으면 그에 비례해서 괜히 부끄러워지던데요. 그래서 연륜이라는 말이 나온건 아닐까 하는 엄한 생각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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