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4 04:04
SS (3) : 새턴이 멈추던 날 (2)
그동안 새턴을 푸대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녀석이 다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새턴 게임을 플레이한 지 20분 가량이 지나면 렌즈 유니트의 모터가 갑자기 꺼지면서 디스크 회전이 멈춰버리는 사태가 발생한겁니다. 게임 디스크에 관계없이 일단 게임을 시작했다 하면 30분 이내에 저절로 회전을 멈추는 새턴의 스핀들 모터를 보면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올랐거든요. 「이러다 2007년에 새턴 렌즈 유니트를 구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건 아닐까?」 잠시나마 떠오른 생각을 애써 부인하고는 있었습니다만, 속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불안감까지 억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SS (3) : 새턴이 멈추던 날 (2)
- 게임 디스크를 구동시킨후 20~30분 정도가 지나면 디스크 회전이 멈추면서 새턴 초기화면으로 빠져나감.
- 20~30분 정도가 지나면 새턴 렌즈 유니트의 스핀들 모터가 완전히 정지.
처음에는 새턴이 다운(down)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해봤으나, 스핀들 모터가 정지하고 나면 어김없이 새턴의 초기화면이 뜨는 걸로 봐서 설치장소의 통풍성이나 새턴 내부의 열문제로 인한 다운은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새턴이 다운되었다면, 게임 화면이 그대로 정지상태로 있거나 혹은 시커먼 화면이 떠야 정상인데 언제나 새턴 초기 화면으로 돌아갔으니까요. 그렇다고 렌즈 문제로 보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게임을 시작한 지 30분 쯤 지났을때 디스크가 멈추는 현상만 제외하면, 문제의 새턴이 인식하지 못하는 게임 디스크는 없었다는게 그 증거입니다. 내부 온도 상승에 의한 다운도 아니고, 렌즈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잘 돌아가던 스핀들 모터가 30분을 기점으로 서버리는 이 알 수 없는 현상. 「전압(Voltage)이 딸려서 그런건 아닐까?」 전 일단 전압문제를 의심해보기로 했습니다.

드림캐스트 분해와 관련된 글에서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 변압기는 일본 내수용 세가 새턴부터 플레이스테이션2까지 사용 가능한 제품입니다. 물론 220V → 100V 강압기입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 전압차에 의해 가전제품 자체가 구동되지 않는 상황도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교류전압 6V가 모자라서 제가 쓰는 금성 VTR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A/S 기사를 불렀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주의 : 직류가 아니라 교류전압입니다)
** 제가 사용중인 금성 VTR은 프리볼트 제품으로, 220V와 110V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2000년 초, 갑자기 전원조차 켜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서 LG A/S 서비스센터 직원을 부른 적이 있습니다. 이 때 A/S 직원이 가지고 있던 테스터기를 콘센트와 연결하여 집에 들어오는 전압을 측정해본 결과, 220V에서 6볼트가 모자라는 214V라는 측정값이 나왔습니다. 그 6V의 차이 때문에 집에 있던 VTR이 작동하지 않았던거죠. 한국전력에 전화해서 집 근처 전봇대의 배전기를 수리한 이후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오전자 변압기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국내 게임기 시장에서 히트를 친 상품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싸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가격이 싸다는 건 곧 제품에 사용된 부품들이 싸구려라는 소리고, 이는 변압기 자체의 내구성으로 연결되는 문제거든요. 특히 제가 사용중인 변압기는 꽤 오래전에 구입했던 제품이라서 본래의 수명을 다했을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럴때를 위해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는 다른 변압기들을 꺼냈습니다. 허나 이 녀석들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은 방법은 한가지. 「게임기 전용」변압기보다 훨씬 용량이 큰 가정용 일반 변압기(트랜스)를 가지고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이 트랜스와 새턴을 연결하고 플레이해보니 30분만에 디스크가 멈춰버리는 현상 같은건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시간 이상을 연속으로 테스트해도 언제 그랬냐는듯 쌩쌩하게 돌아가는 새턴을 보며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었지요. 적어도 제 새턴의 문제는 아니라는게 확실해졌으니, 제 방에 들어오는 전압과 비교하는 차원에서 이 한일전자 트랜스를 거쳐 나오는 전류의 전압을 측정해봤습니다. **110V.
** 게임기를 포함한 일본 내수용 가전제품들의 정격전압은 100V지만, 110V를 연결해서 써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정격전압의 ±10% 허용오차 범위(+10V ~ -10V)내 전압은 해당 제품이 알아서 처리합니다. 대신 이런 상황이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90V의 전압이 공급될 경우에는 제품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으며, 110V의 전압이 공급될 경우 발열량이 증가합니다. 100V에 연결했을 때보다는 열이 많이 날 수 있다는 뜻이죠.

확실한 원인규명을 위해 집 전압을 두차례에 걸쳐 측정했습니다. 먼저 이오전자 변압기를 연결하는 멀티탭쪽의 전압을 측정하고, 그 다음 변압기를 거쳐 나오는 전압이 과연 제대로 강압된 전압인지를 확인하는 단순한 작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멀티미터기(흔히 말하는 '테스터기')를 빌려주신 게임마트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5번을 측정해본 결과 220V가 3번, 222V가 2번 나왔습니다. 2000년에 집 근처 배전기를 수리한 이후 별 문제가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수치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전기는 물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정격전압이 220V라 해도 항상 정확하게 220V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흘러가듯이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니까요. 가전제품 설명서나 제품 모델번호 스티커가 붙어있는 부분에 전압 오차허용범위가 적혀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집에 들어오는 전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녀석은 100V 강압기입니다. 그런데 100V가 아니라 110V?
뭐,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입력 전압이 110V라고 해서 드림캐스트나 새턴이 미쳐버린다거나 하는건 아니거든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110V는 일본 내수용 게임기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전압이라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측정을 통해 제가 세웠던 최초의 가설, 「전압이 이번 증상의 원인」이라는 문장은 거짓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문제가 발생한 이오전자 변압기와 새턴을 기동시키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던 2킬로와트 용량의 한일전자 트랜스 모두 출력전압이 110V로 동일하다는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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