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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1 02:16

게임일기 (14) - 미처 몰랐던 사실들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이미 습득한 상태로 태어나는 아기는 없습니다.  교육과 학습이 인간에게 필요한 이유 중 하나죠.  이는 게임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드림캐스트를 통해 비디오게이머로 변신한 저같은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드림캐스트에 대해 저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이 수두룩하니까요.  저 자신과 그런 분들을 비교했을때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실수할 확률이 높고, 그 덕분에 사이트를 새로운 글로 채울 수 있는 소재가 조금 더 늘어난다」는 겁니다.  그런게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느냐고 반박하셔도 저는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건 기준의 차이거든요.




게임일기 (14) - 미처 몰랐던 사실들



소닉과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우리나라 완구업체 손오공의 홈페이지.  전 이 곳에서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저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드림캐스트로 본격적인 비디오게임 라이프를 시작한 저와 이미 일정 궤도에 도달한 다른 분들을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래에 인용한 이미지는 '주식회사 손오공'의 디지털컨텐츠사업부 사이트에 있는 「소닉 어드벤쳐 DX PC버전」에 대해 설명한 페이지를 캡쳐한 것입니다.  



소닉 어드벤쳐 DX 게임 설명 페이지 화면

** 「소닉 어드벤쳐 DX」는 세가의 멀티플랫폼 계획에 따라 드림캐스트판 '소닉 어드벤쳐1'을 타기종 (닌텐도 게임큐브 / PC)으로 이식한 리뉴얼 게임입니다.  DX (디럭스, DeluXe) 라는 이름에 걸맞게 게임을 진행하며 얻을 수 있는 엠블럼 숫자에 따라 숨겨진 게임기어용 소닉 관련 게임 12개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 공식 홈페이지에 실려있긴 하지만, 전 게임큐브판 DX를 해본 적이 없으므로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갑니다.

** 링크  -  http://game.sonokong.co.kr/infor/pc_game.aspx?GameID=1052



1) 아동용 게임의 대명사, 소닉.


전 여지껏 소닉을 아동용 게임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메가드라이브판 「소닉 더 헤지혹1」을 친구네 집에서 삼성 알라딘 보이로 처음 접했을때, 그리고 고등학교 근처 지하 오락실에 있던 「소닉 더 헤지혹2」를 플레이하던 시절에는   -  오락실 게임기 캐비넷 속에 메가드라이브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0년의 일이었습니다  -  제 나이가 10대였던터라, '이 게임은 애들용이다' 라는 고정관념 자체가 없었죠.  


드림캐스트판 「소닉 어드벤쳐1 (이하 SA1)」을 플레이할 때에도 아동용이란 단어는 개입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1999년 초, 동네 게임샵에서 목격한 SA1은 한마디로 나이에 상관없이 입 벌어지게 만드는 게임이었으니까요.  제 주위에서 드림캐스트와 소닉 어드벤쳐를 구입한 분들이 대부분 2~30대의 남성들이었다는 사실도 여기에 한 몫을 했습니다.  일반인들의 눈으로 봤을때 소위 아동용 게임에 어른들이 열광하는 상황이 일종의 역전극으로 비칠수도 있겠지만, 그 원인은 알고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어렸을때 메가드라이브 버전 소닉을 즐겼던 사람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어른이 된겁니다.  한마디로 소닉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인 셈이죠.  이런 사람들은 저처럼 '소닉' 이라는 단어를 접할때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보다는 「이번 신작은 재미있으려나?」와 같은 생각을 먼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여전히 비디오게이머로서 남아있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어쨌거나 저 광고문구를 본 이후 아동용 게임이라는 시각으로 SA1을 다시 플레이해봤습니다.  전에는 아무런 위화감 없이 넘어갔던 이벤트씬의 대사들, '아동용'이라는 색안경으로 필터링(!)을 해보니 다소 유치한 느낌이 드네요.  예를 들자면 SA1 초반부, 소닉이 미스틱 루인 (MYSTIC RUIN)에 있는 테일즈의 공방(工房)에 찾아갔다가 닥터 에그맨과 만나는 장면.  여기에서 테일즈는 에그맨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거지?"  포켓몬스터 TV판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대화.  갑자기 닌텐도 DS용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를 플레이하는 이나영씨의 TV 광고가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이나영씨.  마리오도 「애들이나」하는 게임인데요.  이왕 아동용 게임 플레이 하시는 김에 드림캐스트판 SA1을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2) 1,200 Km/h의 속도


평소 '초음속 고슴도치 (超音速ハリネズミ)' 라는 캐릭터 설정을 거의 무시하고 살다가 이번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소닉(SONIC)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음속을 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니 기존의 유명 캐릭터들 이름 탓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배트맨 (BATMAN, 1989)' 을 이야기할때 우리는 영어 발음 그대로 '배트맨' 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굳이 이 영어단어를 우리말로 해석해서 '박쥐인간'이나 '박쥐남자' 등으로 부르지는 않지요.  슈퍼맨 / 스파이더맨 / 엑스맨 / 미키 마우스 / 도날드 덕...  모두 같은 사례입니다.  '헬로키티'를 '야옹이 안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단어의 수용방식은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름입니다.  어렵게 갈 필요 없이 제 이름을 예로 들어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방호'는 '나라 방(邦)'자와 '클 호(浩)'자로 구성된 한자의 조합이며, '큰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절 부를때 방호라는 한자에 담겨있는 의미대로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길 기원하며 제 이름을 외치는건 아닙니다.  소닉도 그런면에서는 다를 바 없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이 시퍼런 캐릭터의 이름' 이었지, '이름에 담긴 의미'는 아니었으니까요.


메가드라이브용 소닉1

** 제게 있어서 소닉은 '소닉' 이었을 뿐, 고슴도치도, 음속을 초월하는 캐릭터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름대로 빠른 다리를 자랑하는 정체불명의 시퍼런 괴(怪) 생명체..  이것이 제가 소닉을 처음 봤을때의 느낌이었습니다.  이 녀석에게는 마하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닥터 에그맨과 맞서서 지구를 구하는 영웅... 따위의 설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주로 플레이하는 캐릭터 이름을 몰라서 '다리 굵은 여자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라고 이야기하던 어렸을 적 제 친구처럼 말입니다.  만약 저 화면에 고슴도치(Hedgehog)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소닉이 고슴도치라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들이 과연 몇명이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모든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데 일가견이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소닉 더 헤지혹 (SONIC THE HEDGEHOG)'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 사람들, 단순하게 '음속 고슴도치' 라고 할 것 같진 않거든요.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내던 수령님과 대를 이어 축지법을 사용하는 지도자 동지를 받들고 있는 친구들이라 우리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놀라운 수준의 한글화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가만, 속도 이야기를 하려다가 글이 살짝 옆으로 새버렸네요.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음속'을 표현하는 단어인 마하(Mach)의 기본 단위, 마하1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마하의 개념에서 봤을때 SONIC은 Mach1과 동일한 단어입니다.

「섭씨 15도의 해수면 위에서 마하1의 대기중 전파속도는 초당 340.3 m // 시간당 1,225.08 km. (At a temperature of 15 degrees Celsius and at sea level, Mach 1 is 340.3 m/s // 1,225.08 km/h in the Earth's atmosphere.)」

참고로 슈퍼소닉(SuperSonic)의 속도는 마하 1.2 ~ 마하 5 사이입니다.  초사이어인이라 할 만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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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2007-03-21 18:59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송택인
2007-03-21 22:35
예전에 새턴용 소닉 R의 복사시디를 구입했었을 때 한자로 이렇게 쓰여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音速少子... 국내판 제목인 '바람돌이 소닉' 도 멋진 네이밍 센스였죠~ 근데 정말 북한말로는 뭐라고 부를지 감이 안잡히네요. 반동분자??-_-a
강방호
2007-03-21 23:07
백승훈님 // 저도 유튜브의 그 동영상을 봤습니다. 남북이 통일되더라도 서로 사용하는 일상적인 단어들,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사회제도, 삶의 질 등 차이가 심한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한숨부터 나왔죠. 그 생각을 하니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들 중에서는 그게 진짜라고 믿는 사람도 있잖습니까. 세뇌교육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강방호
2007-03-21 23:11
송택인님 // 음속소자.. 무슨 트랜지스터(TR) 이름 같습니다.^^;; 북한에서 만약 소닉을 방영한다면, 「위원장 동지의 크나큰 은혜를 입어 단칼에 미제의 각을 뜰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천리마 고슴도치」... 식으로 길어질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_<;; 가만, '반동분자'라는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소닉이 특정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캐릭터라고는 보기는 어려우니까 말이죠. 혹시 체제 전복을 조장할 가능성 때문에 수입금지 조치가... (큰일입니다. 엄한 상상력이 다시 발동걸렸습니다. OTL)
서장원
2007-03-23 15:31
그래도 손오공 덕분에 소닉어드벤쳐와 소닉히어로즈를 한글로 즐길 수 있어서 좋긴 합니다.(DX는 소장중)
강방호
2007-03-23 16:06
한글화의 메리트를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중요한 구매 포인트였네요. ^^;; 그런데 PC판은 (DC판 SA1에 비해서) 캐릭터 조작이 약간 난감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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